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기뿐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6개월간 미세먼지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사람은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위험이 2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DL콜레스테롤은 혈중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혈관에 쌓여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미세먼지의 영향이 폐와 호흡기에 그치지 않고 체내 지질 대사와도 연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 미세먼지가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체내에서 일으키는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추정했다. 미세먼지가 몸속으로 들어오면 급성 염증 반응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러한 노출이 장기간 반복되면 만성적인 산화 스트레스로 이어져 체내 지질 대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현일 교수도 미세먼지가 급성 염증뿐 아니라 만성적인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체내 지질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일상적으로 변하는 정도의 차이에서도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위험이 최대 2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50세 이상·도시 거주자에서 영향 더 커

미세먼지와 LDL콜레스테롤의 연관성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연구 결과 여성과 50세 이상 중장년층, 도시 거주자에서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LDL콜레스테롤 상승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50세 이상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로 혈관을 보호하는 효과가 감소하고, 노화에 따른 대사 기능 저하와 장기간 누적된 미세먼지 노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 하루보다 6개월 노출에서 위험 증가 폭 가장 커

노출 기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미세먼지 농도가 일상적인 노출 범위에서 한 단계 높아질 때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위험은 하루 노출에서 14.3% 증가했지만, 6개월 노출에서는 증가 폭이 22.8%로 커졌다. 5년 장기 노출에서는 16.6% 증가했다.

입자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초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위험 증가 폭은 하루 9.7%, 6개월 16.6%, 5년 12.5%였다. 특정 하루의 미세먼지 농도뿐 아니라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반복되는 노출 역시 혈중 콜레스테롤과 연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원철·김현일 교수 연구팀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한국 성인 1만486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환경부 대기측정망 자료를 이용해 참가자의 주거지역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노출 농도를 산출하고, 노출 기간에 따라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특히 미세먼지에 취약한 사람의 경우 농도가 높은 날에는 야외활동을 줄이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한편 실내 공기질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직업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Archive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