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참가자들의 부정행위에서 시작된 'PUBG 아시아 스타즈 2026' 논란이 결국 한국 대표 전원 보이콧과 대회 조기 종료, 후원사 이탈로 이어졌다. 의혹이 제기된 직후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던 크래프톤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에야 해당 행위를 '방플·스트림 스나이핑'으로 공식 인정하고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크래프톤도 이번 사태를 단순한 참가자 개인의 부정행위 문제로 돌리지 않았다. 윤수진 PUBG 퍼블리싱 총책임자는 21일 밤 공식 입장문을 통해 대회 운영과 대응 과정에서 참가자와 팬들에게 혼란과 상처를 줬다며 사과하고, "이번 사태를 초래하고 확대시킨 책임은 크래프톤에 있다"고 밝혔다.

논란은 지난 17일 개막한 PUBG 아시아 스타즈 첫날 경기에서 시작됐다. 한국과 중국, 일본, 태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6개 지역에서 각각 8명씩 총 48명의 프로 선수와 PUBG 파트너, 스트리머가 참가해 3일 동안 경쟁하는 이벤트 대회였다.

첫날 경기 도중 베트남 참가자 HIMASS와 TANVUU가 개인방송 등 게임 외부 정보를 확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상대 선수의 실시간 위치와 상황을 외부 방송이나 채팅 등을 통해 파악하는 이른바 '방플' 또는 '스트림 스나이핑'은 경기의 공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행위다.

한국 참가자들은 경기 화면 등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크래프톤의 초기 대응은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크래프톤은 이후 두 참가자가 게임 외부 정보를 확인한 사실을 파악하고 잔여 경기에서 제외했으며 PUBG 베트남 파트너 자격도 박탈했지만, 당시에는 이를 명확하게 '방플'로 규정하지 않았다.

한국 참가자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결국 한국 대표 8명 전원이 19일 예정된 DAY 2 경기에 참가하지 않으며 사실상 대회를 보이콧했다.

하지만 크래프톤의 설명은 또 다른 논란을 만들었다. 한국 참가자들이 공정성 문제를 이유로 집단 불참한 상황을 공지 과정에서 '참가 철회'로 표현하면서, 한국 선수들이 왜 경기에 나오지 않았는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크래프톤 역시 뒤늦게 이 부분을 잘못으로 인정했다. 윤 총책임자는 사과문에서 한국 참가자들의 보이콧을 '참가 철회'라는 표현으로 넘어갔고, 국가별 공지 과정에서도 내용과 표현의 수위를 일관되게 관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 이용자들의 반발이 특히 컸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정행위 의혹을 처음 제기한 한국 참가자들이 오히려 대회를 떠나는 상황이 됐는데도 주최 측이 문제의 성격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면서, 온라인에서는 크래프톤이 한국 참가자보다 베트남 참가자와 현지 이용자들의 반응을 더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확산됐다.

결국 대회 자체도 정상적으로 끝나지 못했다. 크래프톤은 20일 예정됐던 마지막 DAY 3 경기를 취소하고 PUBG 아시아 스타즈 2026을 조기 종료했다. 최종 순위도 확정하지 않고 상금은 모든 참가 지역에 동일한 기준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논란은 후원사로도 번졌다. 백억커피는 PUBG 관련 콘텐츠와 메뉴, 이벤트 등 스폰서십 활동 중단 절차에 들어갔고 깐부치킨도 관련 프로모션과 스폰서십을 잠정 보류했다. 의류 브랜드 노기어 역시 사실관계 확인과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는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스폰서십을 잠정 보류했다.

대회 설계 자체에도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PUBG 대회에서는 경기 중 외부 정보가 선수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방송을 실제 경기보다 10분 늦게 송출하거나 채팅을 제한하는 규정을 적용해 왔지만, 이번 PUBG 아시아 스타즈에는 이러한 의무 규정이 없었다.

크래프톤도 이를 운영 실패로 인정했다. 게임 외부 정보 활용을 막기 위한 방지책과 판단 기준, 제재 수위를 대회 전에 명확하게 마련하지 못했고 문제가 발생한 뒤에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태가 시작된 지 나흘이 지난 뒤 크래프톤의 판단도 달라졌다. 추가 조사 결과 HIMASS와 TANVUU가 경기 중 개인방송 등을 통해 게임 외부 정보를 확인한 행위가 '방플·스트림 스나이핑'에 해당한다고 최종 확인하고 두 참가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크래프톤은 참가자들을 향한 2차 가해 문제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과 피해 회복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대회 규정과 운영체계를 다시 정비하고 참가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에서 크래프톤이 잃은 것은 대회 하나만이 아니다. 부정행위 의혹이 발생했을 때 즉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한국 대표 전원이 등을 돌렸고, 결국 대회가 취소되고 후원사들까지 움직이는 결과를 맞았다.

더구나 마지막에는 크래프톤 스스로 베트남 참가자들의 행위가 방플이었다고 인정했다. 처음부터 공정성 문제를 명확하게 판단하고 참가자들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파행까지 이어졌을 것인지 되묻게 되는 이유다.

크래프톤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미 훼손된 이용자와 참가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한국에서 만들어져 세계적인 게임으로 성장한 배틀그라운드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회 운영의 공정성과 자국 이용자·참가자와의 소통을 어떻게 다시 세울지가 남은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