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2027년 4월부터 하루 30분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권 노사가 은행 영업점 개점 시간을 오전 9시에서 9시30분으로 늦추는 방안에 뜻을 모으면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9월 28일 2026년도 산별중앙교섭에서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하는 내용 등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다음 날 열린 금융노조 지부대표자회의에서도 영업시간 단축안이 수용됐다.

변경 방식은 문을 일찍 닫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늦게 여는 방식이다.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 은행 창구 영업시간에서 폐점 시간은 그대로 두고 개점 시간만 오전 9시30분으로 늦춘다. 예정대로 시행되면 고객이 은행 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7시간에서 6시간30분으로 줄어든다.

금융노조가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한 배경에는 은행 직원들의 개점 전 근무 문제가 있다. 오전 9시에 고객을 받으려면 직원들은 그보다 먼저 출근해 전산과 현금 취급 등 영업 준비를 해야 하는 만큼 실제 근무와 영업시간 사이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는 이와 함께 주 1시간 범위에서 하루 최대 30분까지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일·생활 균형 자율출근제'와 금요일 '라스트콜' 제도 등도 잠정합의안에 포함했다.

다만 라스트콜을 두고 알려진 내용 가운데는 바로잡아야 할 부분도 있다.

일부에서는 금요일 오후 3시30분부터 신규 고객 접수를 중단해 사실상 금요일 은행 이용시간이 한 시간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이를 부인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라스트콜이 도입되더라도 금요일 은행 영업 종료시간은 오후 4시로 유지된다. 잠정합의안에서 오후 3시30분부터 모든 은행 영업점이 신규 고객의 업무 접수를 일률적으로 중단하도록 정한 것도 아니다.

라스트콜은 금요일 영업 종료 30분 전부터 마감 업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로, 실제 시행일과 고객 접수 방식 등 구체적인 운영방법은 각 은행의 지부 노사가 별도로 정할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 확실하게 줄어드는 방향으로 정해진 고객 이용시간은 오전 개점시간 30분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30분도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업무 상당수가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옮겨갔지만 모든 금융업무가 비대면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금융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비롯해 대면 상담이 필요한 고객, 영업시간 중 점포를 방문하기 어려운 직장인과 자영업자에게는 창구 이용시간 자체가 중요한 문제다.

특히 은행 점포를 방문해야 하는 직장인은 현재도 출근 전이나 점심시간에 업무를 처리하기 쉽지 않다. 오전 9시 개점이 9시30분으로 늦춰지면 출근 전 은행을 이용할 수 있었던 일부 고객의 선택지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고령층의 불편도 예상된다. 모바일뱅킹이나 무인기기 이용이 어려워 대면 창구에 의존하는 고객에게 영업점 이용시간 단축은 단순히 30분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서비스 접근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 직원의 근로여건 개선 필요성과 금융소비자의 이용 편의가 정면으로 맞닿는 지점이다. 직원들의 개점 전 준비업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에는 이유가 있지만, 그 해결방법이 고객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사 잠정합의에는 영업시간 조정 외에도 총액임금 3% 인상, 자율출근제, 육아휴직 대상 자녀 연령 확대 등 근무환경 개선안이 포함됐다. 노사 간 최종 서명 절차는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영업시간 조정은 2027년 4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시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직원의 근로여건 개선뿐 아니라 영업시간 단축으로 불편을 겪을 수 있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보완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