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네이버 등 국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유명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정품처럼 판매해 온 중국산 위조상품 유통망이 적발됐다. 이미 소비자에게 판매된 위조상품만 약 8만3천개, 정품 가격으로 환산하면 45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식재산처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에서 제조된 위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정수기 필터 등을 국내로 불법 반입해 온라인에서 유통한 브로커 A씨를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포장 재질과 인증마크 등이 정품과 다른 유명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정보를 두 기관의 특별사법경찰이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수사 결과 A씨는 중국 심천에 있는 제조업자와 공모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위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61종을 국내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 있는 화주가 쿠팡과 네이버 등에서 주문을 받으면 A씨가 충북 소재 물류창고에 보관하던 제품을 국내 구매자에게 택배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실제 유통된 위조상품은 약 8만3천개로 파악됐다. A씨가 운영하던 물류창고에서도 87종, 시가 13억원 상당의 불법 제품이 추가로 발견돼 전량 압수됐다.

위조 대상도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유명 제품들이었다. 적발된 제품에는 셀레딕스·가히·조선미녀·에스티로더·SK-II 등으로 둔갑한 화장품 28종과 고려은단 멀티 비타민 올인원 등을 포함한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과 무신고 수입식품 등이 포함됐다.

생활용품과 전자제품, 신발과 골프용품도 있었다. 브리타 정수기 필터와 에어팟, 플레이스테이션용 조이스틱, 버켄스탁 슬리퍼, 나이키 운동화, 타이틀리스트와 PXG 골프용품 등이 적발됐다. 특히 위조 브리타 정수기 필터는 기존의 '원산지 중국' 표시를 제거하고 '원산지 독일' 표시를 새로 붙여 판매한 사실도 확인됐다.

외관만 보고 정품과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운 제품도 있었지만 당국이 압수품을 정품과 비교한 결과 차이가 확인됐다. 포장지의 재질과 인쇄 내용, 용기의 형태와 크기뿐 아니라 제품의 형태와 색감 등에서도 정품과 다른 부분이 발견됐다.

더 큰 문제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처럼 소비자의 건강과 직접 연결되는 제품이다. 당국이 압수한 기능성 화장품 12종과 건강기능식품을 정밀 검사한 결과 화장품의 기능성 성분과 건강기능식품의 지표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가짜 제품을 구매하면 단순히 정품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위조상품은 정상적인 제조·품질관리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에 표시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고 안전성 역시 보장할 수 없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유명 제품을 구입할 때 가격만으로 위조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사건에서 판매된 가짜 제품 역시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정품처럼 유통됐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판매 화면만 보고 진위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지식재산처와 식약처는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유명 제품을 구매할 경우 브랜드나 제조사가 인증한 공식 판매처를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제품을 받은 뒤 포장이나 인증마크, 용기 형태 등이 기존 정품과 다르거나 위조가 의심된다면 그대로 사용하기보다 정품 제조·판매업체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직접 피부에 사용하거나 섭취하는 제품은 위조가 의심되는 상태에서 계속 사용하는 것을 피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처럼 외형상 유명 브랜드 제품으로 판매됐더라도 실제 검사에서는 표시된 기능성 성분이 확인되지 않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된다는 사실만으로 정품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가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때 판매자가 공식 판매처인지 확인하는 습관도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