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호텔이나 펜션을 예약하다 보면 일반 상품보다 저렴한 대신 '환불 불가'라는 조건이 붙은 상품을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예약 직후 날짜나 인원을 잘못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아도 플랫폼이나 숙박업체가 이 문구를 이유로 환불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상품에 '환불 불가'라고 표시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경우에 환급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취소 시점과 숙박 예정일까지 남은 기간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접수된 숙박 계약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6,22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72.8%인 4,531건이 온라인 숙박 플랫폼과 관련됐으며, 예약 취소 때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계약 해제·해지를 거부한 사례가 전체의 65.5%로 가장 많았다. 특히 계약 해제·해지 분쟁 가운데 44.3%는 '환불 불가 상품'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사례 중에는 온라인 숙박 플랫폼에서 12만원짜리 환불 불가 호텔 상품을 예약한 뒤 불과 3시간 만에 취소를 요청했지만, 사업자가 환불 불가 조건을 이유로 거절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결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수를 발견했는데도 약관만을 근거로 환불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한국소비자원은 주요 온라인 숙박 플랫폼에 이용일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상품을 계약 후 7일 이내 철회할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취소와 환불이 이뤄지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가 원칙적으로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7일 이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숙박 예약을 언제나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숙박일이 임박해 객실을 다시 판매하기 어려워지는 등 법에서 정한 청약철회 제한 사유에 해당하거나 이미 서비스 제공이 시작된 경우에는 철회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불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플랫폼 화면에 표시된 '환불 불가'라는 문구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예약한 시점과 취소를 요청한 시점, 실제 숙박 예정일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전자상거래로 숙박시설을 계약한 경우 7일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왔지만, 이용일이 임박했거나 지난 경우에는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와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숙박업 소비자분쟁해결기준도 확인해볼 수 있다. 이 기준은 성수기인지 비수기인지, 평일인지 주말인지, 숙박 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취소했는지 등에 따라 환급과 위약금 기준을 달리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수기 주중의 경우 소비자 사정으로 취소하더라도 사용예정일 10일 전까지 취소하거나 계약 당일 취소하면 계약금을 환급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으며, 숙박일이 가까워질수록 공제되는 금액이 커진다.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정한 약관이라고 해서 항상 그대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 소비자분쟁조정 사례에서는 숙박일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아 다른 고객에게 객실을 다시 판매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일률적으로 높은 취소수수료를 부과하는 약관이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판단된 사례가 있다. 결국 실제 분쟁에서는 예약 조건과 취소 시점, 숙박일까지 남은 기간, 적용 약관 등 구체적인 사정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소비자가 분쟁에 대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예약 전에 플랫폼과 숙박업체의 취소·환불 조건을 각각 확인하고, 결제 후에는 예약 확정서나 예약 내역을 보관하는 것이 좋다. 취소를 요청했다면 요청한 날짜와 시간이 확인되는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상담 내역, 화면 캡처 등을 남겨두면 이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취소 시점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같은 숙박업체라도 예약한 플랫폼에 따라 취소 조건이 달라질 수 있어 가격만 비교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여행 일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면 환불 불가 상품의 할인금액과 취소 가능한 상품의 가격 차이를 비교해보고, 실제로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인지 판단한 뒤 예약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미 환불을 거절당했다면 '환불 불가 상품이니 방법이 없다'고 바로 포기하기보다 계약 내용과 취소 시점을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사업자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개별 계약의 실제 환급 가능 여부와 금액은 예약 조건과 취소 시점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